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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4 한밤의 드라이브와 테트리스 (2)
2009. 10. 4. 00:53

추석 날 저녁에 혼자인 수원에서 소고기무국에 감자조림, 치즈, 햄, 계란, 참치, 김치 꺼내놓고 먹고 있자니 뜻하지 않게 조금 쓸쓸하기도하고 심심하기도하고..
그래서 산책을 나섰다. 동네산책!
학교 앞에 살고 있기 때문에 늘 화려한 불빛들과 시끌시끌한 소리들로 가득했던 동네가 유달리 깜깜하고 적막한 것이 영~ 산책을 나와도 쓸쓸했다.
커피나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할 일이나 하려고 했더니만 우리학교 외국학생들이 죄다 놀러나왔는지, 커피집을 점령하고 있기에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했다.
때마침 순원이가 전화가 왔고, 둘이 영통가서 커피한잔씩 들고, 커피집 벽에 우리가 추석날 다녀갔음을 대문짝만하게 또박또박 써놓고 성균관대학교로 드라이브를 나섰다.

수원에 살았지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순원이가 그 학교 학생이라 마침 교정을 한바퀴 산책했다. 삼성재단이라 그런가 새로 올린 건물은 정말이지 으리으리 하기 짝이 없었다. 기숙사가 왠만한 아파트급인듯! 
둘이 재수할 때 있었던 케케묵은 이야기도 꺼내고, 친구님의 새 여자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별의 별 이야기를 다하면서 교정을 한바퀴 돌고 나오는데 학교를 가득 메운 은행나무 잎사귀가 한가위 달빛에 너무 고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냥 지나칠 순 없으니 우리 달님에게 내 소원 하나 빌어주었다.
이번에는 꼭 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포근하고 풍요로워진 마음으로 집에 와서, 괜한 일에 또다시 열폭하고 말았지만...
정말이지 자꾸 실망스럽게 굴진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일은 또 크게 열폭 했으면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정답인지라~ 한참 궁시렁궁시렁 투덜 대다가 규헌오빠랑 테트리스를 몇 시간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근데 이럴쑤가.
오빠네 회사에서 꼴등이라는 규헌오빠에게 족히 90%는 진 것 같다.
고작 이긴 횟수가 15번인데.. 못해도 1시간 반은 넘게 했는데 말이지...
할 일이 태산인데 자꾸 지니까 나도 모르게 너무 오래 해버렸다. 그래도 마지막 판은 내가 이겼으니.. 내가 이긴 걸로 쳐도 될까 모르겠다. 하하하.

아침 7시 반까지 초절정 집중 모드로 일러스트레이터 작업을 해주었더니, 눈이 아파 더이상은 못하겠어서 좀 놀아야겠다. 이게 아트웍이 아니라 문서화에 가까운 일러작업인지라, 너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래도 뭔가 할 게 있음이 살아있다고 느끼게는 한다. 나는 묘하게 이런 피로도 높은 작업을 할 때마다 조금조금의 희열을 느낀다.
학부때도, 대학원때도 뭔가 잔뜩 처리해야하는 과제, 프로젝트, 논문들에 파묻혀서 시간이 어찌흐르는지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을 때면 왠지 정말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난 연구를 위해 태어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그치만 오늘은, 3시간 만에 GG~.
눈이 아프니 별 도리 없지. 오늘은 뭘 해먹으면 좋을까.
스파게티 면을 냉동실에 장전해놓고 너무 오래 스탠바이 한 듯 싶으니 오늘은 이탈리안 푸드 스타일로 한번 해볼까?
까르보나라를 해야겠다.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보다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더 잘 만드는 관계로~ 오늘은 까르보나라닷.

먹고나서 다시 화이팅 하자!

Posted by ♡miss B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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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 건 2009.10.04 0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테트리스 +_+ 오래했는데도 엄청 못하는 게임이랍니다 히힛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