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5. 03:21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풍경달다-


'연인' 이라는 정호승의 소설의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시다.
오래 전 이 책을 만났을 때, 몹시 평화로운 사랑 느낌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누군가의 생일을 위해서 이 책을 선물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읽어봤는데, 사랑의 풍경소리가 들리는 듯 할 정도로 사랑의 느낌을 은은하게 잘 그려냈다.
아무래도 시인이 쓴 글이라 그런걸까,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간접적으로 그려냈기에 더 은은하게 평화롭게 느껴진다.

이 책의 에필로그엔 이런 글이 있다.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데로 떨어지는지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시월의 붉은 달이 지고
창 밖에 따스한 불빛이 그리운 날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서 썩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한 잎 낙엽으로 썪어 다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을 사랑하라

비록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진정 사랑했다면 그 사랑은 성공이며, 이별과 실연의 아픔을 겪었다 하더라도 그 아픔을 이겨내고 담담히 다음 사랑의 소리를 귀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지.
서로의 풍경이 되어버린 연인의 마음 끄트머리에 풍경을 달고, 그 풍경소리를 귀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연인이 되고 싶다.
Posted by ♡miss B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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